이혜성, 친일 논란에 “조상의 죄, 후손이 왜?”

방송인 이혜성이 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을 연상시키는 사례를 언급하며 조상의 잘못에 대한 후손의 책임과 역사적 과오를 바로잡는 문제를 짚었다. 특정 인물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과거사 논란을 계기로 정의로운 사회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면서 관심을 모았다.이혜성은 지난 2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마이클 샌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소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제목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정의로울까?’로, 현재 사회에서 정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양한 철학적 관점을 통해 살펴보는 내용이다.
영상에서 이혜성은 최근 한 공인의 증조부가 일제강점기 당시 보인 친일 행적으로 논란이 일었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최근에 한 공인의 증조부가 일제강점기 시절에 자행한 친일 행적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있었다”며 “이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분노를 표출했고 어떤 사람은 신중론을 펼쳤다”고 말했다. 발언에서 인물의 이름을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근 불거진 하영의 증조부 관련 논란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었다.
이혜성은 해당 사례를 단순한 인물 논란으로 다루기보다 과거의 잘못과 현재 세대의 책임이라는 철학적 문제로 연결했다. 과거 가해자가 남긴 재산을 후손이 소유하는 문제, 가해국과 피해국 사이의 사죄와 손해배상 문제 등을 거론하며 역사적 잘못을 어떤 방식으로 바로잡아야 하는지 질문했다.
그는 “역사적 가해자들의 명백한 잘못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조상의 죄를 우리가 대신 속죄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국가는 과거의 역사적 잘못을 사죄해야 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도덕적·철학적 근거는 어디에서 나오는가”라고 덧붙였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문제와 그 책임을 현재의 개인이나 사회가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는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이혜성은 사회적 부와 명예, 지위가 공정하게 배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제기했다. 과거에 부당한 방법으로 얻은 재산이나 사회적 이익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면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오늘날의 사회가 그러한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질문이 결국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로운 사회란 어떤 사회인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영상 후반부에서는 자유지상주의 철학자 로버트 노직의 재산권 이론을 소개했다. 이혜성은 노예제나 식민 지배, 원주민의 토지와 재산을 강탈하는 등 부당한 방식으로 재산을 형성했다면 과세나 손해배상 등의 방법으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재산권을 논할 때 단순히 현재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재산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됐는지도 살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이와 함께 독일의 홀로코스트 사죄와 배상 사례, 일본의 과거사 사죄 문제, 미국의 노예제 배상 논쟁도 언급했다. 각 사회가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고 책임을 다루는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과거의 잘못을 어떻게 기억하고 현재의 제도와 관계 속에서 해결할 것인지는 공통된 질문이라는 설명이다.
이혜성은 조상의 잘못을 후손이 왜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그는 “앞세대가 저지른 잘못을 왜 우리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철학자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의 견해를 소개했다.

매킨타이어의 관점에서 인간은 과거와 분리된 채 홀로 존재하는 개인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공동체의 맥락 속에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존재다. 이혜성은 이를 설명하면서 “우리 역사에서 자랑스러운 부분, 좋은 부분만 떼어내고 기분 나쁜 부분은 돌려내는 식으로 선택적으로 역사 의식을 물려받을 수는 없다”며 “좋든 싫든 과거 조상들이 한 것들까지 다 안고 태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이 과거의 잘못을 직접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자신이 속한 사회의 역사와 완전히 단절된 존재로 살아갈 수는 없다는 취지다.
한편 하영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가족사를 소개한 뒤 증조부 안상호의 과거 행적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하영의 소속사는 처음에는 관련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후 안상호가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올라 있는 기록을 확인했다며 앞선 해명에 대해 사과했다. 하영 역시 직접 사과문을 통해 역사에 대한 무지와 경솔한 언급을 반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영상에서 이혜성은 조상의 과거에 대한 후손의 책임을 단정하기보다 역사적 잘못과 재산, 국가의 사죄, 공동체의 정체성 등 여러 쟁점을 질문 형태로 제시했다. 과거의 잘못을 현재 세대가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바로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가 소개한 철학적 관점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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