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도 얼굴도 '삭제'…방송가, 범죄 이력 드러난 조진웅 하룻밤 만에 지웠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선 굵은 배우 조진웅이 10대 시절 저지른 범죄 이력이 뒤늦게 폭로되면서 연예계에서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5일, 온라인을 통해 조진웅이 고교 시절 무리를 지어 차량을 훔치고 무면허 운전을 하는 등 중범죄를 저질러 소년보호 처분을 받고 소년원에 송치된 이력이 있다는 충격적인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성인이 된 후 극단 단원을 심하게 폭행해 벌금형을 받았으며, 음주운전 전과까지 있다는 주장이 더해지며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소속사 측은 "미성년 시절의 잘못을 확인했다"고 일부 인정하면서도, 30년도 더 지난 일이라 경위 파악에 한계가 있음을 토로했다.논란이 불거진 지 단 하루 만에 조진웅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는 소속사를 통해 "저의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모든 분들께 실망을 드렸다"며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과오에 대한 마땅한 책임이자 도리라는 말을 남긴 그의 은퇴 선언에 방송가는 즉각 '조진웅 지우기'에 나섰다. 그가 프리젠터와 내레이터를 맡았던 SBS 다큐멘터리 '갱단과의 전쟁' 측은 이미 방영된 1회차의 내레이션을 다른 성우의 목소리로 교체하고 그의 인터뷰 장면을 모두 편집했으며, 이후 방송될 분량에서도 그의 흔적을 완전히 삭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직격탄은 내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혔던 tvN 새 드라마 '두번째 시그널'이 맞았다. 2016년 신드롬을 일으켰던 '시그널'의 후속작인 이 드라마는 이미 모든 촬영을 마친 상태로, 내년 tvN 개국 20주년을 장식할 핵심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주연 배우인 조진웅이 범죄 이력으로 은퇴하면서 드라마의 방영 자체가 불투명해지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tvN 측은 방송 및 편집 여부에 대해 "논의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아,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 창고에 갇힐 수도 있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깊은 고심을 드러냈다.
특히 조진웅은 전작 '시그널'에서 "세상에는 묻어도 될, 잊어도 될 범죄는 없다", "돈 있고 빽 있으면 무슨 개망나니 짓을 해도 잘 먹고 잘 사냐"와 같은 대사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던 정의로운 형사 '이재한' 역을 맡았기에 대중의 배신감과 충격은 더욱 컸다. 한편, 가수 이정석과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이 이번 사태에 대한 각자의 소신을 밝히며 연예인의 도덕성 잣대에 대한 사회적 논쟁으로까지 번지는 등, 한 배우의 어두운 과거가 불러온 파장은 연예계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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