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던 대한민국을 먹여 살린 영웅들의 기록, 10년 만에 완전히 새로워진 '이곳'의 모습

2025.09.10. 오후 06:08
 푸른 남해 바다를 굽어보는 이국적인 언덕, 경남 남해 독일마을의 진정한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남해군은 지난 10일, 삼동면 독일마을 광장에서 '파독전시관 리모델링 준공식'을 갖고, 10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전시관을 일반에 공개했다. 이번 재개관은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절절한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간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지닌다.

 

2014년 처음 문을 연 파독전시관은 그간 독일마을의 역사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이었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콘텐츠의 노후화와 보다 입체적인 전시 방식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어 왔다. 이에 남해군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추진, 과거의 기록을 현재의 감동으로 잇는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공간을 재창조했다.

 

새롭게 단장된 전시관 내부는 관람객이 마치 1960~70년대 독일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가난을 이겨내고 가족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이역만리 낯선 땅으로 떠나야 했던 청춘들의 고뇌와 결단의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지하 수천 미터 막장에서 땀 흘렸던 광부들의 고된 노동 현장을 재현한 디오라마, 쉴 틈 없이 환자를 돌보며 외로움을 달래야 했던 간호사들의 소박한 기숙사 공간은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특히 이번 리모델링은 관람객의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낡은 여권과 빛바랜 흑백사진,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낸 눈물 젖은 편지 등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생생한 유물들이 대거 전시되었다. 또한, 파독 근로자들이 독일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까지 겪었던 문화적 차이와 역경, 그리고 그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형성한 끈끈한 공동체의 이야기까지 입체적으로 담아내어 한 편의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장충남 남해군수는 준공식에서 "이곳은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공간을 넘어, 우리 부모님 세대의 위대한 도전과 희생정신을 배우고 미래 세대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소중한 공간"이라며, "많은 분들이 방문하여 깊은 감동을 얻고, 남해만이 가진 품격 있는 관광의 진수를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관을 나서는 길, 관람객들은 비로소 독일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이 파독 1세대들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 위에 세워진 역사의 결실임을 온몸으로 깨닫게 될 것이다.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로 거듭난 파독전시관은, 가족과 함께, 특히 자녀들의 손을 잡고 꼭 한번 방문해야 할 우리 시대의 필수 순례 코스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권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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