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5% 인상, 주 4.5일제 내걸고 26일 은행 멈춘다

2025.09.08. 오후 04:39
 '9월 금융 대란'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임금 5% 인상과 '주 4.5일 근무제' 전면 도입을 핵심 요구안으로 내걸고 오는 26일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대한민국 금융 시스템의 심장부가 멈춰 설 위기에 처했다.

 

금융노조는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개월간 이어진 교섭이 최종 결렬됐음을 알리며 투쟁의 깃발을 올렸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번 파업이 단순히 임금 인상을 위한 밥그릇 싸움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저출생, 돌봄 공백, 지역 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이는 노동자의 건강권과 가족의 삶을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 조건"이라고 파업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노조의 요구는 파격적이다. ▲임금 5% 인상과 더불어 ▲주 4.5일제 전면 도입 ▲신규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을 사측에 제시했다. 특히 '주 4.5일제'는 이번 투쟁의 가장 뜨거운 감자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억대 연봉 귀족 노조'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김 위원장은 "금융노조라는 강한 산별노조조차 여성 노동자와 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다른 산업에서 과연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과거 주 5일제를 금융권이 가장 먼저 시작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사회적 책임을 갖고 주 4.5일제를 선도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미 파업을 위한 법적, 절차적 명분은 모두 확보된 상태다. 지난 3월 교섭 요구안을 제출한 이후 사측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왔지만, 핵심 쟁점인 임금과 노동시간 단축 문제에서 한 치의 양보도 얻어내지 못했다. 결국 6월 중앙노동위원회의 두 차례에 걸친 조정마저 '조정 중지'로 결론 났고, 지난 1일 실시한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는 투표율 97.1%, 찬성률 94.98%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총파업이 가결됐다. 이는 현장 조합원들의 분노와 투쟁 의지가 임계점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총파업을 앞두고 주 2회 실무교섭과 15일, 23일 대대표교섭이 예정되어 있다. 노조 역시 "교섭에서 주 4.5일제에 대한 진전된 안이 나온다면 파업 일정은 변경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소비자 불편과 현실적 어려움"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사측의 입장이 워낙 완강해 협상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시계는 이제 26일을 향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금융노조는 16일 광화문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24일 총파업 기자회견을 거쳐 26일 세종대로에서 대규모 파업 집회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금융권이 멈춰 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지, 아니면 막판 대타협이 극적으로 이루어질지, 대한민국 전체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조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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