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뇌 나이 되돌리는 법, 알고 보니…

2025.08.12. 오후 03:08
 노년층에서 디지털기기 사용이 뇌 기능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청소년들의 과도한 디지털기기 사용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많았으나, 이번 연구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결과로 방향이 달라 눈길을 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여러 매체는 미국 베일러대학교 인지신경과학자 마이클 스컬 박사와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신경심리학자 제라드 벤지 박사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연구팀은 50세 이상, 평균 69세의 고령층을 대상으로 디지털기기 사용과 인지 기능 상태 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동안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뇌에 ‘디지털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연구팀 역시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를 모두 경험한 고령자들이 디지털기기 사용으로 인해 인지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41만 1,000명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57건의 연구를 분석하는 메타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컴퓨터, 스마트폰,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고령자들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인지 기능 검사 점수가 높았으며, 인지 장애나 치매 진단 비율도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연구 중 약 90%가 디지털 기술 사용이 인지 기능 보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긍정적인 결과의 배경으로는 고령자의 뇌가 청소년에 비해 뇌 가소성(뇌가 스스로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낮다는 점과, 고령층은 디지털기기를 접했을 때 이미 기본적인 인지 능력과 학습 틀이 형성된 상태였다는 점이 꼽힌다. 즉, 이미 갖춰진 인지 능력 위에 디지털기기 사용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사회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이 뇌에 긍정적 자극을 주었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고령층이 기본적인 학습과 인지 틀을 갖춘 상태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디지털 기기를 통한 학습과 정보 습득을 수주 혹은 수개월간 지속하며, 이를 ‘온라인 뇌 훈련’으로 삼았다고 평가했다. 이는 오히려 뇌 기능 저하를 늦추고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치매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미국과 여러 유럽 국가에서는 오히려 치매 발병률이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듀크대학교의 무랄리 도라이므와미 박사는 이러한 현상의 여러 원인 중 하나로 고령자의 디지털 기술 활용을 꼽았다.

 

그러나 연구진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 무조건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도라이므와미 박사는 “하루 10시간 이상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청하는 것은 사회적 관계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디지털 기기가 운동이나 건강한 식습관 등 뇌 건강에 필수적인 다른 활동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고령층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단순한 여가활동을 넘어 인지 기능 유지 및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앞으로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활용 교육과 지원 정책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균형 잡힌 디지털 기기 활용과 신체적, 사회적 활동의 조화가 뇌 건강을 지키는 핵심임을 전문가들은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는 디지털 시대에 고령층이 적극적으로 기술을 수용하고 활용하는 것이 뇌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새로운 인식을 제공하며, 사회 전반에서 고령자들의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과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박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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