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탓 NO" 체중 증가의 진짜 이유 밝혀져

2025.08.08. 오후 01:53
 신진대사와 체중 감량에 대해 널리 알려진 ‘3500칼로리 법칙’과 대사율에 관한 기존 통념이 실제 과학적 사실과는 다르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오랜 기간 신진대사 연구를 수행한 케빈 홀 박사는 최근 CNN 건강 팟캐스트 ‘건강한 삶을 찾아서(Chasing Life)’에 출연해 이와 같은 내용의 과학적 설명을 전했다.

 

‘3500칼로리 법칙’은 하루에 500칼로리를 줄이면 일주일에 약 0.45kg을 뺄 수 있고, 이를 1년간 지속하면 약 23kg 감량이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홀 박사는 이를 ‘잘못된 신화’라고 지적한다. 이 법칙은 몸이 섭취 칼로리 변화에 아무런 생리적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지만, 실제로는 체중이 줄어들면 신체는 이를 비상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사율을 낮추고 식욕을 증가시키는 등 다양한 생리적 반응을 보인다. 즉, 단순한 숫자 계산만으로 체중 감량을 예측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홀 박사는 체중 감량의 본질적인 어려움은 신체의 ‘저항’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당뇨병 치료제인 SGLT2 억제제를 사용하면 소변을 통해 하루 300~400칼로리가 배출되면서 체중이 4~5kg 정도 줄지만, 이후에는 정체 상태에 이른다. 이는 체내 에너지 손실을 보상하려는 생리적 본능이 작동해 식욕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즉, 칼로리를 잃으면 그만큼 더 먹고 싶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체중 증가의 원인을 ‘느려진 신진대사’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홀 박사는 이런 믿음 역시 과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이와 대사율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거의 없으며, 대사율은 생애 대부분 일정하게 유지된다. 나이가 들수록 살이 찌는 주된 이유는 근육량 감소와 활동량 저하 때문이며, 이는 개인의 생활 방식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체중 감량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식이조절이나 약물 사용만으로는 부족하다. 홀 박사는 근본적으로 생활 환경과 식품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전략으로는 ▲근육량 유지를 위한 꾸준한 운동, ▲섬유질과 단백질이 풍부한 가공되지 않은 식품 위주의 식단 유지, ▲무의식적 과식을 피하기 위한 인식 훈련과 같은 식습관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인지, 단순히 습관적으로 먹는 것인지를 구분하고, 필요 칼로리의 80%만 섭취하는 전략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홀 박사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로 ‘초가공식품’을 꼽았다. 초가공식품 중 일부는 맛과 식감을 과도하게 자극적으로 만들어 과식을 유도하고, 이에 따라 비만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신이 NIH 재직 당시 수행한 연구에서도 초가공식품 섭취가 비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섬유질과 채소, 통곡물 함량이 낮고 나트륨, 포화지방, 당분이 과도하게 포함된 식품이 문제다.

 

다만 홀 박사는 초가공식품이 뇌를 변화시켜 ‘음식 중독’을 일으킨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오히려 지금의 현실에서는 많은 사람이 초가공식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처해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건강한 초가공식품을 개발하고, 이를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식품 정책과 공급 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과학적 시각은 체중 감량이 단지 의지나 노력의 문제가 아닌, 인체가 본능적으로 저항하는 복잡한 생리적 과정임을 시사한다. 결국 효과적인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다이어트보다는 장기적인 식생활 개선과 건강한 환경 조성, 그리고 개인의 행동 습관에 대한 이해와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이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다.

 

박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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